이영희 전 국립식량과학원장
이영희 전 국립식량과학원장

 계절의 시계는 여지없이 봄의 기운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 유채꽃 소식부터 진해 군항제 행사, 서울 여의도 벚꽃놀이까지 지역별 축제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온 나라에 전파되는 기간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꽃과 축제에 들떠 있을 때 외부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고 눈까지 내려 일부지역에선 배, 인삼 등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해 농업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자연 앞에 속수무책인 우리의 현실에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한국은행은 2016년에 발표한 국내 농업부문의 부가가치를 26,000억 정도로 추정하였고, 2026년에도 27,000억 수준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농가소득도 통계청 농가경제조사에 의하면 2016년은 3,800만원으로 추정하여 도시근로자의 60% 내외였으나, 2026년에 가면 50%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농가부채는 호당 약 2,700만원 수준에서 연도별로 증감을 보이고 있는데, 경영규모에 따라 그 증감양상이 다른 것으로 분석하고 하고 있다. 특히, 3~7규모 농가에서 경영확대에 따른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은 타산업과 달리 기후, 토양, 자재, 사람, 시스템(기계, 시설 등), 소비시장 등 여러 가지 생산기반 변수가 많은 산업이다. 아마도 지구상에 생성된 여러 종류의 산업 중 가장 오래 지속되고 있는 산업이 농업이 아닌가 싶다. 이 오래된 산업에 관련되어 현대에 이르러 발전된 산업이 농기계 산업(시설장치 포함)이라고 생각된다.

 국내 농기계 공급수량은 2016년도는 전년도에 비해 5.2% 감소하였고, 총 공급금액도 5.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에 세계 농기계시장은 세계 농기계 관련 통계를 매년 집계 분석하는 Freedonia에 따르면 규모는 2014년 기준 약 1,4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2024년도에는 2,5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연평균 18.2%의 성장률을 근거로 추정하였다고 한다. 특히,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시장 동향은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기계산업이 고민해야 할 부분을 잘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20년 전인 19986월에 한국농업기계학회가 집필 주관하고, 당시 농촌진흥청 농업기계화연구소가 편집 발간한 한국의 농업기계화’(대표집필 박원규) 책자의 편집실무자로서 우리나라 농업기계화 발전 과정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여건 변화와 농업기계화 추진시책, 생산 및 유통, 농기계 개발 등 1960년대부터 관련된 전 과정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시대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인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였다는 사실이다.

 농업기계 산업은 농업이라는 산업구조 변화와 그 주변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정밀한 분석을 전제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 부문과 정책 수립은 더욱더 그러하다. 예를 들면, 일부 사람들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고 주장하는 동력경운기의 경우 2016년 생산실적은 공장 가동률 28.1%1,573대 이었는데, 실제 공급대수는 전국 86대다. 보유대수가 사용대수는 아니라는 반증이다. 머지않아 국내에서 동력경운기는 골동품 전시장에서나 보게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보다 농업기계화 촉진사업을 먼저 시작한 일본의 사례와 좀 뒤늦게 시작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등 다른 나라의 산업동향도 정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시장수요에 대한 거시적인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내수와 수출, 그리고 수입되는 외국산 농업기계(시설, 장치 등 포함)와의 경쟁력 등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수요자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제부터라도 학계, 산업계, 정부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농업기계 산업 전반에 대한 전략을 되돌아보고, 시대 변화에 따르는 혁신 전략을 재정리하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며 우리나라 농업기계 산업이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을 가지고 더욱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