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일 Agriconica survey 대표
남상일 Agriconica survey 대표

과거의 버마이며, 현재는 미얀마라고 하는 이 나라는 우리에게 신비한 느낌을 주는 나라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정보의 유입이 제한되어 있었으며 불교문화 등 다양한 문화적 유산은 우리에게 신비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나라의 농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역사적 흐름과 배경을 이해하는 것과 현상에 대한 균형 있는 해석이 필요하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미얀마는 영국의 식민지 시대에 세계 제1의 쌀 수출국이었던 적이 있었으나 1948년 독립 후 문민정부를 거쳐 1962년부터 1988년까지 사회주의 군사정부 시절을 지나며 쌀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거의 상실하게 되었다. 쇄국정책과 국영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제재를 불러들였으며 경제체계의 비효율적 구조와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문화는 지금도 뿌리 깊은 문제점으로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1989년부터 2010년까지의 군사정부 시대에는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GDP 성장률이 10%대를 유지하기도 했으나 부패와 빈부격차 문제가 심화되었고 급기야 2011년에는 GDP 성장률이 5.6%대로 급락하며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현재의 미얀마 정부는 출범 당시의 지정학적인 관심과 풍부한 자원 등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기회의 땅’. ‘아시아의 마지막 소비시장’ 등으로 불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 경제성장률도 2013년에는 8.4%까지 높아졌으나 그 이후 국가적 역량의 부족은 기회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얀마는 인도차이나반도 국가 중 가장 국토면적이 넓은 나라이며 기후적으로 다양한 환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농업의 형태도 다양한데 양곤, 에야와디주 등을 중심으로 하는 (1)델타지대, 만달레이 등을 중심으로 하는 (2)중앙건조지대, 소수민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3)산악지대로 나눌 수 있다. 미얀마 남부의 델타지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벼농사 지대이다. 중앙건조지대에서는 주로 두류, 면화, 유채류의 재배가 이뤄지고 있으며 관개시설이 보급된 지역에서는 부분적으로 벼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산악지대에서는 경사면을 이용한 밭작물 재배와 저지대에서 부분적으로 벼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미얀마 정부는 농업진흥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두류 및 벼 생산 환경 등을 이용해 농산물 수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배경으로 미얀마 정부는 베트남, 라오스, 중국 등의 국가발전 경험을 적용하고자 하는 정책적 판단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저개발국에서 경제 혁신을 이루고 빠르게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농업과 농촌 경제를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주효한 정책수단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얀마의 적극적인 농업진흥 정책의 배경에는 2013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미얀마 경제성장의 둔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도 배경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얀마에서 민간정부로 정권교체가 일어나던 2011년의 GDP 성장률은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5.6%였다. 2013년까지는 순조롭게 상승해 8.4%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 다시 하락하여 2016년에는 5.9%까지 하락한 바 있다(2011년과 비슷한 수준). 또한 수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2011년 이후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상수지 적자는 2013년 약 4억 달러까지 개선되는 듯하다가 2016년에는 다시 20억 달러로 적자폭이 확대되었다. 경상수지 적자가 줄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수출감소에 원인이 있다. 2014년에 정점을 찍은 국가 총수출액은 131억 달러였으나 2017년 수출액은 101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제 상황에서 수출의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고 그 성과가 빠르고 포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분야를 농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의 쌀 생산은 2010년 약 3,200만 톤을 생산하며 정점을 찍고 2012년 이후 2,600만 톤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수출은 1980년대 이후로 대략 50만 톤 전후를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2008년과 2012년에는 쌀을 수입하기도 했다. 즉, 미얀마의 쌀 수출은 아직 지속가능한 상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류의 경우에는 1990년대 이후로 생산과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미얀마의 농업기계화에 대한 요구는 이미 농촌지역에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화 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흐름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농촌 지역에서 급속히 노동력을 흡수해서 도시 지역과 외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필자는 최근에 미얀마 ODA사업 기획에 대한 평가를 위하여 조사사업을 수행한 바 있는데 농촌 지역의 인건비 수준은 1일 5달러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으며, 콤바인과 트랙터를 이용한 농작업 임대사업자들은 이미 활발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미얀마 중산층의 가구당 월수입이 100~15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농촌 임금의 수준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얀마의 1인당 GDP 수준은 캄보디아와 비슷한 1,200달러 수준이지만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2016년 현재 5,700달러(current international)로 베트남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인도차이나반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대출금리는 2000년대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촌 지역에서 통용되는 제3금융권의 실질 금리 수준이 30% 정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농촌 지역의 자금 부족 현상은 향후 미얀마 농업기계화 사업의 진행을 위하여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2017년 미얀마의 GDP 성장률 예측치가 7.2%인 점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 미얀마의 경제와 농업 관련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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