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김유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냉동식품을 이야기하면서 냉동식품의 아버지 ‘버즈아이(Birds eye)’를 빼 놓을 수 없다. 알래스카로 출장 온 그는 에스키모 집에 초청을 받아 식사를 하게 된다. 두 달 전 먹던 생선을 요리해야겠다는 주인의 말을 들은 그는 식중독에 걸릴까 걱정했는데 눈앞에 놓인 생선은 갓 잡은 것처럼 신선했다. 알래스카 주인은 버즈아이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같이 북극해 연안으로 가서 혹독한 추위로 얼어붙은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잡아 올린 후 양동이에 물고기와 함께 바닷물을 담았다. 그러자 알래스카의 추운 기후로 인해 몇 초 내 물고기는 얼었다. 그는 알래스카에서 우연히 접한 광경을 기초로 선풍기, 소금물통, 얼음조각을 재료로 연구했고, 이 결과 1925년에 급속 냉동기계가 탄생했다. 오늘날 냉동식품의 시초였다.

냉동식품은 조직과 맛, 영양성분 등 품질을 유지시키기 위해 영하 40~45℃에서 급속 동결해서 영하 18℃ 이하에서 보관하게 된다. 그러나 얼린다고 해서 모두 품질이 같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냉동식품은 냉동, 보관, 해동의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른다. 어느 한 공정이라도 소홀하면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

식품을 영하 40℃ 이하에서 냉동시켜 저장하는 방법은 미생물 번식은 물론 지방산화 등이 억제되기 때문에 다른 저장기술에 비하여 우수하다. 하지만 조직이 파괴되고 단백질이 변하는 등 원재료의 특성이 보존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 해동 시에도 세포조직이 파괴되는 우려가 있으므로 동결했던 농산물은 빨리 처리해야 한다.

냉동식품의 핵심기술은 급속냉동과 급속해동이다. 냉동이나 해동 중에 품질변화가 많이 생기므로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전자기장을 이용하여 얼리고 녹이는 과정 중에 세포질 파괴가 최소화되는 기술이 연구 중이다. 또한, 이러한 냉동식품을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운반하기 위해서는 냉동 창고·냉동 수송차·냉동 진열장·냉장고 등을 통하여 녹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냉동 유통체계(Freezing chain system) 확립 연구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밀한 온도제어가 품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고성능 냉동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수산물과 축산물 제품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과일, 채소류, 감자, 죽류, 산나물 등 농산물로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냉동기술이 농산물로 확대되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농산물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한국식품냉동기술협의회가 발족한 지 5년여가 지나고 있다. 그 동안 많은 학술행사를 통해 냉해동식품 기술의 중요성을 홍보한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냉동식품을 다루는 업체는 당연히 냉동에 관심을 더 갖겠지만 냉동 이상으로 해동도 중요하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이는 농사를 잘 지어놓고 수확후 관리가 소홀하여 제품의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경우와 같다. 마찬가지로 냉동을 잘 해놓고 해동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제품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먹는 것은 해동된 식품인 만큼 입에 들어갈 때의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이 시점에서 공학 분야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있다고 해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찾지 않는다. 또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품이 좋으면 소비자들은 스스럼없이 지갑을 열 것이다. 이렇게 기술은 생산자에게는 부가가치를 높여주고 소비자들에겐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살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어느 가정이든 냉장고와 냉동실이 없는 곳은 없다. 하다못해 시베리아 지역에서도 냉동고는 필수인 시대이다. 너무 흔하다 보니 냉동과 해동의 중요성은 잊힌 채 단지 ‘매우 긴 시간 보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냉동실을 가득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때다. 우리의 품격 있는 식탁을 위해 냉동과 해동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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