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용 선임연구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강창용 선임연구위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새롭게 시작하는 한해, 무술년(戊戌年)의 새아침이 밝아온 지 한 달여 지나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북쪽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쳐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만들곤 한다. 이 나라는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끝이 없어 보이는 적폐청산 세력과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 권력이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이야 오죽하겠냐만 그래도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환이 요구되는 시점에서의 반성과 정리, 새로운 출발은 당위적인 수순이다.

농기계산업과 유통에서의 갈등은 새해에도 여전한 듯하여 우려와 씁쓸함을 자아낸다. 지금 우리 농기계산업과 기업들의 상황,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는지. 농기계유통에서 농기계회사와 농기계대리점, 농협의 행태가 중장기적으로 모두에 좋은 결말로 인도할 수 있을지. 국내 시장에서 옥죄어 오는 외국산 농기계의 확산은 그저 경쟁 시대에 우리가 감내해야 할 정도라고 판단하는지. 우려의 목소리는 도처에 있으나 누구도 선뜻 말하지도, 나서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중용 20장에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갑자기 이 고난의 시기에 엉뚱한 소리라고 말할지 모른다. 중용 20장이 지금의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하고 갸우뚱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가족모습과 사회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말하는 내용을 곱씹어 보면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중용에 대한 동양철학적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모든 내용을 열거할 수는 없고 두 가지만 인용하고 싶다.

중용 20장에는 좋은 군주가 되기 위한 9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다섯째에서 뭇 신하를 내 몸 같이 여기고, 여섯째 뭇 백성을 내 자식처럼 여기라(子庶民也)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을 지금 우리 농기계 기업과 경영인, 유통업자들, 그리고 농민들과의 관계로 확장할 경우 그 의미는 그지없이 바람직하다.

농기계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경영방침은 무얼까. 경제학에서 생산주체들의 지향가치는 매출증대, 인지도 증대, 수익증대, 최고의 농기계 생산, 인력양성, 화목한 회사 등으로 다양하다. 농기계회사들이 말하는 다양한 가치는 처한 상황과 관련자들의 경영의지와 관련되기에 뭐라고 지적하기는 어렵다. 다만 여기에서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경영과정과 결과에서 유통업체(신하)와 농민(백성)들을 자신의 몸과 자식처럼 여기고 있느냐이다.

위로부터의 자각과 바람직한 행위, 경영의 모범을 보이면 저절로 아래로 그러한 생각과 행위가 권면되고 조장될 것이라고 중용에서는 설파하고 있다. 그러기에 군주의, 즉 농기계회사를 경영하는 소유주와 경영인의 자세와 행태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농기계 대리점을 대하는 농기계 회사들의 마음, 농협 농기계은행과의 결코 대리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관계, 직영대리점을 통한 기존 대리점 옥조이기 등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농기계 유통인들의 자생적 단체인 농기계유통조합의 활동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간섭도 썩 좋지 못하다.

농기계를 구입, 사용하는 농민들이 원하는 농기계는 분명하며 속성 또한 확실하다. 여러 연구와 여론매체에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기에 부합하도록 농기계회사의 경영인들은 얼마의 노력과 애를 썼는지 자성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농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농기계로부터 농민들이 멀어지는 이유는 자명할진데 거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감성에 의한 선택이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이성적 판단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중용에서 말하는 농기계 경영인들의 마음과 행동이 현실에서 목격된다면 농기계회사도 경영인도, 유통인과 농민들도 지난했던 시기보다는 좀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농기계회사의 경영진들이 중용에서 가르치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관료(농기계유통인)들은 보은의 예(禮)를, 백성(농민)들은 서로에게 선(善)을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농기계회사의 앞날은 당연히 밝아질 것이다. 그래서 같이 살고자하는 우리 문화와 정체성이 구현되는 중용의 그날이 지금부터이길 학수고대(鶴首苦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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