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시장은 금년이 최악의 한 해가 될 것 같고, 내년도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연말이면 늘 하는 소리가 아닌가 하고 무심코 넘어갈 뻔하였다.


11월말 융자실적을 기준으로 농기계 시장의 규모는 작년에 비하여 금액으로 약 14.6%가 감소하였다. 시장 규모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의 경우 트랙터는 16.8%, 콤바인은 9.6%, 이앙기는 14.4% 감소하였다. 연말까지 감소 규모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2015년도 대비 2016년도의 트랙터 -7.5%, 콤바인 -22.2%, 이앙기 -14.2%와 비교하면 금년이 최악이라는 말은 빈말이 아닌 것 같다.


내수시장의 정체 또는 침체를 어느 정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지만 침체의 늪을 벗어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2000년 이후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만이 살 길이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동안 부단한 노력으로 2015년까지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출시장에서도 경쟁이 가중되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2016년에는 2015년에 비하여 수출액이 7%나 감소하였다. 수출도 내수시장의 침체를 보완하기에는 힘겨운 상황인 것 같다. 결국 안팎으로 농기계 산업계의 고통과 어려움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8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의 추진도, 해마다 열리는 각종 농기계 전시회도, 4차 산업혁명도 농기계 시장에서는 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시장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아니면 농기계 시장에 대한 전망과 예측이 모두 잘못된 것인가? 수입 농기계의 증가, 임대사업의 확장, 임작업 규모의 확대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추측해 볼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런 원인을 구명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장기적으로 밭작물기계화, 농업용 로봇, 무인자율주행, 원천기술 개발은 모두 필요한 과제지만 시장에서는 당장 관심을 끌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농기계 산업이 적절한 내수지장의 규모를 유지하고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변화의 원인을 구명하여 적절한 대응의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농산물 가격, 영농방식, 농촌문화, 농업인의 의식, 경쟁제품의 기술발전과 마케팅 전략 등이 농기계 시장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구명하고 국산 농기계의 경쟁 대상과 초점을 보다 명확히 하여 대응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제는 일차적으로 농기계 제조업체 자신이 수행해야 할 일이며, 이에 대한 소홀함의 책임도 제조업체의 몫이다. 그러나 농기계 산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이라면 이를 제조업체에게만 미루어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국가 연구기관도 산업기반의 건전성을 점검하며, 거시적인 시장변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정책의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은 제조업체의 이익단체로서 누구보다도 앞장서 국가 연구기관과 함께 본연의 임무 중 하나인 이러한 과제의 수요개발과 연구를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시장변화의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2017년의 한 해가 저물었다. 이제 새해는 새로운 다짐으로 맞이해야 하겠다. 2018년은 농기계 산업계에도 보다 나은 해가 되는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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