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정권이 바뀌는 등 파란만장했던 정유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농축산업은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쌀값 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산업화와 개방화에 밀려 현상유지에 급급했던 한 해인 것 같다. 농기계는 정부가 밭작물 기계화를 중점 시책으로 추진하여 신규수요가 유발 되었음에도 금년도 국내 농기계 판매액은 지난해에 비하여 14.6%가 감소되었다. 이는 지난해의 감소액 6.7%의 2배가 넘는다.


농가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 농산물 시장 개방 등 우리 농업 환경을 감안 할 때 고품질 농산물 생산을 촉진하고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농업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농작업의 기계화, 자동화, 스마트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인데 왜 그럴까? 농업기계화 정책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농기계는 농업기자재로 분류하지만 유통측면에서 보면 소비재가 아닌 산업재로 내구연한 동안 사후봉사를 필수로 하는 특성이 있으며, 수요자가 농업인으로 소농구조에서는 구입 능력이 한계가 있어 정부의 지원 정책 없이는 보급과 이용이 어렵다.


2000년대 들어와 농산물 시장 개방 폭이 확대되고, 농기계 수요가 크게 감소되는 데도 정부는 지원 정책을 대폭 축소하면서 농기계 구입지원 등 시행 요령을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 할 수 있도록 개선하지 않고, 새로운 지원 정책도 개발하지 않는 정책 부재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즉 국내 농기계 시장 대부분이 정부의 농기계 구입지원 요령에 의해 거래 되는데 농협 정산제 실시로 매년 70여 억원의 수수료를 농협에 지불하면서 시장기능에 의한 자율경쟁 거래를 저해하고 있다. 농협 정산제는 1970년대 초 업체의 생산자금이 부족하고 수여신이 발전되지 않았을 때 시행한 제도로 수여신이 첨단 자동화되고 농기계 유통을 시장 자율경쟁 체제로 발전시켜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농업구조개선과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농기계 구입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지원하는 농기계 구입지원 요령의 융자금 지원 한도를 농기계 규격별에서 영농 경영체(전업농, 영농회사또는 법인, 임작업농, 일반농 등) 별로 바꾸어 경영규모에 적합한 농기계를 구입 할 수 있도록 하고, 농기계 판매대금은 생산업체가 직접 인수 하도록 하는 등 농기계가 시장기능에 의한 자율경쟁 체제로 유통되도록 농기계 구입지원 요령과 농협의 농기계 은행사업용 농기계 입찰 구매 방법 등을 개선하여야 한다.


그리고 밭작물 기계화는 수요가 미흡한 사업으로 정부의 구입자금 지원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밭작물 농기계는 소량 다품목이면서 정밀 작업 요구로 채산성이 낮아 개발이나 생산이 어렵고, 수요자도 자부담으로 구입하려 하지 않아 농촌진흥청 등에서 일부 밭작물 농기계를 개발 하였으나 실용화 되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미 개발 되어 실용화가 가능한 밭작물 농기계는 주산단지나 경영체 중심으로 실수요를 유발하는 지원 정책을, 신규개발이 요구되는 밭작물 농기계는 연구기관과 업체가 공동 연구 개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이 농업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어떻게 준비 하느냐에 따라 우리 농업에 미래가 달려있다고들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농업발전을 이끌 주된 페러다임은 사물인터넷이 센서, 정보시스템 등 융·복합 신기술을 통하여 얻은 빅데이터로 생육환경 및 재배관리를 최적화하고, 시장선호도 분석 등으로 판매 수요를 예측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이 결합한 지능형 생산로봇, 자율주행 트랙터, 드론 등 지능형 농기계를 이용한 농작업과 정밀농업, 스마트 팜 등이 실현될 것이다. 이에 정부는 기초적인 데이터 수집과 축적 등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지능형 생산로봇, 자율주행 트랙터, 드론 등을 연구 개발하는 미래 지향적이고 합리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여야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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