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과 가까이 하지 않고 성장한 숙녀가 혼기를 맞아 결혼하여 독립했거나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소위 ‘혼밥’에 의존하는 젊은이들이 조리를 할 때 주로 찾게 되는 것이 레시피다. 앱이나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레시피대로 조리를 하면 최상은 아닐지라도 비슷한 맛의 결과를 얻게 된다. 레시피가 필요한 재료와 양을 상세히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각각의 재료가 어떤 맛으로 기능을 하는지 가급적 정확히 파악하고 조리에 적합한 도구를 사용하여 조리하는 사람의 정성까지 듬뿍 담긴다면 매우 만족스러운 요리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며 자신감까지 덤으로 높일 것이다.

우리 농업발전의 핵심적 키가 되는 농업기계분야에는 이런 ‘레시피’가 없다. 정책구조가 난마 그 자체인 탓이다 종으로도, 횡으로도 유기적 업무협조체계가 확립되지 않아 얽혀 있는 타래의 시작과 끝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레시피 확보를 못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는 여기에서 조속히 탈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머지않아 식량안보까지 위협받은 국가적 대재앙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농업기계분야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조직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한 농림사업중 농업기계나 시설을 지원하는 사업예산이 자그만치 5조7,500억원이다. 전체 사업예산 13조9,800억원의 40%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이 예산의 사용처는 농식품부의 경우 농촌정책국 ․ 농업정책국 ․ 식량정책관 ․ 국제협력국 ․ 축산정책국 ․ 식품산업정책관 ․ 유통소비정책관 ․ 창조농식품정책관 등 전부서가 망라돼 있고 외청의 경우도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 산림청의 산림보호국 ․ 산림자원국 ․ 해외협력관실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들 부서에서 추진하는 농림․식품사업 관련정책이 모두 농업기계나 시설지원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이같이 방대한 예산이 분산사용되고 있음에도 이를 하나로 묶어 총괄관리할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농업기계화 정책 추진의 모니터링도 통제도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농업기계가 식량과 원예 ․ 식품, 축산 등 농림축산식품사업 전분야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농업기계화기본계획은 식량분야 1개 팀이 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기자재정책팀의 사무관 1명과 주사 1명등 달랑 2명이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팀의 안정적 유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으로 기가 막힌 노릇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 조에 달하는 농기계나 시설지원예산은 차치하고 수백억 원을 주무르는 업무를 겨우 두명에게 맡겨 두는 것도 그렇고 천지사방으로 흩어져 관리되고 있는 예산을 총괄할만한 조직하나없이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조직개편을 통해서라도 농식품부 내부 협조체계는 물론 지자체와의 협조체계도 구축하여 합리적 농업기계 이용과 보급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토록 해야 할 것이다. 농업기자재정책팀이 농림축산식품 전분야의 담당부서와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추진에 관한 긴밀한 협조가 가능토록 하는 강력한 협의체를 농식품부 안에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의 감사기관을 동원해서라도 농기계정책 전담팀의 취약성이 가져오는 행정과 예산집행의 불합리성을 파헤쳐 이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협의체 구성의 당위성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입법이 요구된다면 이를 강력 추진하되 입법필요성이 없다면 입법부가 나서서 정책 또는 조직감시 차원의 힘을 발휘할 필요는 있다. 또한 정부조직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에도 협의체 구성 시급성을 설파하여 관철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 길만이 정부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스마트농업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농기계와 시설․장비를 확대보급하여 활용도를 제고함으로써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확보는 물론 밝은 농업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협의체만 구성된다면 훌륭한 ‘레시피’를 내 놓을 수 있다. 이 레시피만 있다면 이해 당사자 누구든 정책흐름을 손쉽게 꿰뚫고 시간과 노력부담은 줄이면서 정책공급자는 정책의 효율화를, 수요자는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나갈 것이다. 특히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구성토록 돼 있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정책심의회(위원 25명, 이 중 전문가 9명이내)에 농업기계전문가가 참여하지 못하는 푸대접(?)도 받지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농식품부내협의체 구성과 농업기자재정책팀의 보강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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