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비·인걸이·극쟁이·귀보·돌태·종다래끼·나래·밭고무래·밭가래·탈자기. 농협중앙회를 비롯하여 전국에 산재한 농업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재래식 농기구들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무렵 파종·경작·수확·탈곡등에 이용됐던 것으로 지금은 이미 그 자취를 감춰 현대인들은 이름조차 접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언필칭 우리나라를 농본국이라 했다. 농본국치고는 영농방식이 너무나 낙후되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비록 일제강점기라는 특수성과 사회적 환경으로 자기욕구 분출이 억제되기는 했겠지만 당시 농민들은 이같은 전근대적인 행태에서 벗어나기를 얼마나 갈구 했을까.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열망을 충족시켜준 것은 농기계생산업체인 대동공업사(창업주 故 김삼만)의 출현이다. 물론 조국광복 이태 뒤인 1947년 자본금 300만원에 직원 20여명의 영세규모로 출범한 대동공업사가 문을 열 때만해도 정부수립과정의 대혼란속에서 농업기계화를 통해 우리의 농업역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줄 걸로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동공업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고 지난 20일 창립 70주년을 맞아 뜨거운 박수를 받고 있다.

대동은 창립 2년 뒤 양수·탈곡용 발동기를 개발하여 생산했고 3년 뒤엔 일본 미쯔비시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경운기를 국내 최초로 생산, 전국에 보급했다. 농촌에 새바람을 일으킨 경운기는 현재 트랙터로 대부분 대체됐음에도 개발·보급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농업인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후 트랙터와 콤바인·보행형 이앙기등을 연이어 국산화하여 모든 개발 농기계에 ‘국내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여왔고 70년 내내 농기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같은 성장은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고야 말겠다는 강한의지가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시민들의 필사적 저항과 만류에 굴하지 않고 농기계생산요람인 진주를 과감히 등지고 대구 달성공단으로 설비를 확대 이전한 것도 하나의 예다. 대구공장의 연간 농기계생산능력은 트랙터 2만5,000대, 이앙기 4,000대, 콤바인 5,000대, 경운기 7,000대, 디젤엔진 6만7,000대다. 세계적 수준의 생산역량을 확보한 것이다. 국내 못지않게 해외사업도 활발하다. 미국·중국·유럽 법인을 설립하여 현재 60개국을 대상으로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2015년 2억3,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쾌거를 보이고 있다.

대동은 특히 창립 70주년을 계기로 기업경영 슬로건을 ‘100년을 향한 도전, 새로운 성장’으로 설정하고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될 전기자동차 개발에 참여하는 동시 농업을 기반으로 마케팅지원과 산업화개념을 도입하는 6차산업을 선도할 제주 라이프가든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다. 대동은 이미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고한 ‘1톤급 경상용 전기자동차 기술개발사업’의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2016년부터 이 사업에 착수하여 오는 2019년까지 완성한다. 총 사업비는 247억원 규모다. 제주도 농업테마파크 사업도 ‘농업과 사람, 즐거운, 그리고 미래’라는 테마로 제주시 애월읍 74만㎡에 친환경프로젝트를 4년전부터 추진중이다. 대동은 이와 함께 농업기계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농업 기계산업까지 확대한 ODM·OEM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비농업분야의 매출을 전체의 70%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구상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향후 5년이내 전체 매출규모를 1조원규모로 확대하고, 10년이내에 농기계부문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는등 중장기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대동의 사업다각화는 시기적으로 늦은감이 없지 않다. 소위 ‘잘 나갈 때’ 시도했어야 옳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대동의 전성기는 경운기의 독점 보급기가 아닌가 싶다. 기억으로는 단위농협에 경운기를 인도만하면 대금은 즉시 입금이 실행되는 체계였다. 외국산 경운기의 수입도 정부가 막아줬다. 그때부터 사업다각화를 실현했다면 곧 창립 130년을 맞을 일본 구보다만큼은 아니더라도 근소한 차로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가 없지 않다. 구보다는 창립 65주년인 1955년 기업 슬로건을 ‘건설분야부터 농업분야에 이르기까지’로 설정했다. 1890년 주물메이커로 출범한 구보다는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여 사세를 강화했다. 이로써 연간 순매출이 1조5,000억엔 이상에 이르고 있으며 해외매출이 약 60%에 달한다.

늦었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대동이 제시한, 100년을 향한 비전이 구두선에 그치거나 빛이 바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추진의지와 배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100년, 200년의 장수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저작권자 © 한국농기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