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조달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조달청이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농기계 생산자와의 계약단가 협상과정에서 무리한 가격인하 요구를 하고 있어 이로 인한 가격거품의 과도한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다수공급자계약제도’란 공공기관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품질·성능·효율 등에서 동등하거나 유사한 종류의 물품을 수요기관이 선택할 수 있도록 2인 이상을 계약상대자로 하는 계약이다. 납품실적·경영상태등이 일정한 기준에 적합한 자를 대상으로 협상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 수요고객이 직접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 자유롭게 물품을 선택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선의의 가격·품질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수요기관의 선택폭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인터넷 확산에 의한 전자상거래시대에 맞춰 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널리 활용 되고 있다.


문제는 ‘다수공급자계약 업무처리규정’이 정하고 있는 ‘우대가격 유지의무’조항이다. 계약상대자의 다수공급계약 물품가격이 수요기관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가격 또는 시장에 공급한 가격보다 동일하거나 낮게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까진 저항요소가 크게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핵심은 비교대상 공급자 가격이다. △계약대상자가 가격관리가 가능한 총판 공급가격 △직영대리점 판매가격 또는 자사 홈페이지와 카탈로그에 등재한 가격 △타인에게 직접 판매한 가격등으로 돼 있다. 이건 논리상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당연히 총판가격이 가장 낮고 소매점이 높다. 총판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할 바엔 여타 가격은 논할 여지조차 없는 게 아닌가. 예컨대 경매를 거쳐 도매상·중간상인·소매상으로 유통되는 농산물이 조달물품이라고 가정한다면 계약가격을 경매가격에 준해야 한다는 이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농기계 생산업체에 비합리적 방법으로 불이익을 주면서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상 핵심요소인 공공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이윤추구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어떻게 윤리·도덕을 요구하고 국가에 봉사하라 할 수 있겠는가. 기업은 위기에 봉착하면 설혹 그것이 불법이라 할지라도 우선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다. 조달청의 계약단가 협상에서 기업은 ‘을’의 입장인 만큼 ‘다수공급자 계약’을 위해 순응은 하겠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충당하기 위해 농기계가격을 대폭 인상하여 계약을 체결하려 할 것이고 이같은 추세는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조달청이 농기계산업이 처한 환경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가격거품의 가중이 가져올 폐해쯤은 깊이 헤아려 농업인과 농기계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조달사업이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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