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야심차게 시행에 들어갔던 농업기계 원가조사관련 시책이 비록 단기간이긴 하지만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음에 따라 향후 추진방향 설정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듯 하다.

농식품부는 당초 새로이 정부지원농기계로 지정을 받으려는 모든 농기계에 대해 원가조사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정책이 가동되기도 전에 업계의 강력한 저항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순탄한 시행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따라서 의무제출 대상 농기계를 트랙터·콤바인·이앙기·로타베이터·로우더 등 5개 기종으로 한정하여 7월1이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한편 내년 1월1일을 기해 전면시행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최근 업계와의 정책협의 과정에서 내년부터의 ‘전면시행’마저 없던 일로 종결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원가조사보고서 의무제출 대상기종 가운데 로타베이터·로우더등도 기업규모가 영세하다는 이유로 당장 예외조치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특히 이 제도 시행 5개월에 접어들었음에도 원가조사보고서 제출 참여가 극히 저조하여 저항강도가 매우 높음을 직감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입안하여 시행하고 있는 당국과 담당자들의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를 강행하자니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고 저항을 제어하고 돌파할 묘책 또한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이를 백지화하자니 정책에 대한 불신은 물론 체면손상도 적지않아 선뜻 접기도 마뜩잖다.

상황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음으로써 당국자들의 보이지 않는 상처가 클 것이다. 그러나 이로인해 위축돼서는 안된다. 시행전에 보다 세심한 점검을 통해 발생가능한 시행착오 요소는 없는지 만약 시행착오가 발생한다면 차선으로 어떤 대책을 강구할 것인지등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던 점은 분명 반성의 여지가 있다. 반면 제도도입의도를 탓할 수는 없다. 농협 농기계은행사업용 농기계 최저가경쟁입찰에서의 낙찰가격이 정상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음으로써 원가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유발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유통시장에 이중가격이 형성되고 농기계가격거품은 날이 갈수록 부풀려졌다. 제도도입 당위성과 동기부여가 충분하다고 보아 취지자체를 평가절하할 수 없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불합리한 행태를 방치하고 방관만 했다면 당국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다. 만약의 실패로 인한 책임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두려워 정책도입을 주저한다면 이는 복지부동의 대표적 사례가 되는 것이다. 원가조사보고서 의무제출 제도 도입은 그런 점에서 원성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이를 적극 보완하고 개선하여 본래의 취지를 살려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필사적 노력에도 제도존립이 불가능해지면 그 때 접어도 된다. 부닥쳐 보지도 않고 실패부터 걱정하는 것처럼 우매한 짓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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